브로모 화산에 오르다 1

브로모 화산에 오르다 1

새벽에 빈둥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우리는 계속 자기로 했어. 다른 방 투숙객들이 화산을 구경하기 위해 내는 소리였던 것 같다. 우리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브로모 화산 보러 가기로 했어. 다만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는 게 차이점이야.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꽤 추워.

화산 다녀오면 나중에 호텔 건너편 산봉우리를 올라가볼거야.

우리는 목표 지점을 확인하고 출발한다. 사실 브로모 화산으로 가는 길은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목표 지점을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고 호소하던 꽃미남 친구를 남겨두고 셋이서 화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브로모 화산 지대는 인도네시아의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관광 명소이다. 어제 우리는 미리 입장료를 지불해 두었다. 2만5천 루피아였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보자고 했는데 어제 입장료를 내고 영수증을 받아놨으니 문제될 건 없어. 우리 얼굴을 기억하던 직원이 그냥 지나가라고 말한다.

말을 타고 끄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그 의문은 나중에 풀렸다.

아득한 옛날 이곳에서는 엄청난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화구호가 이렇게 크지 않을까? 우리는 물이 없는 이 화구호를 걸어서 지나갈 것이다. 규슈 지방의 명물 화산인 아소 화산의 바깥 고리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것은 대폭발이 과거에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쪽으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곳이 브로모 화산이다.그 뒤를 보면 다시 거대한 화산 분화구가 보인다. 오른쪽에 작은 접시를 엎드린 것처럼 보이는 잘생긴 화산은 바톡 화산이다.화구호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포장해 놓았다. 내리막이라 걷기 좋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달려 부지런히 발목을 잡고 있었다.도로를 내려가면 화산이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토쿠 화산도 높이가 2440m에 이르는 산이니 그린 만만하게 볼 만한 산이 아니다. 한라산보다는 훨씬 높고 백두산보다는 낮다. 모습이 진짜 아니야?관광객을 태우고 돈을 받는 말타기가 우리에게 말을 타는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우리라기보다는 내가 걷기로 했다는 게 맞을 수도 있어.해가 뜨면서 화산의 음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저 앞에 보이는 하얀 울타리 안쪽 출입이 잦았다.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잘생긴 개 한 마리가 동행하기 시작했다. 곧장 가면 화산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지만 우리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화산을 둘러보고 나왔다. 그 사람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마을 부근의 높은 산에 올라가 화산을 본 뒤 다시 지프를 타고 내려와 화산 구경을 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나는 이 하얀 기둥을 따라 걷기로 했어. 끝까지 간 뒤 바톡 화산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브로모 화산까지 갈 것이다.보기보다 화산 모래가 단단했다. 우리는 저기 화구호수 위에 보이는 송신탑 부근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다.물이 마른 바닥은 모래였다. 군데군데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래언덕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아무리 봐도 바톡 화산이 너무 잘생겼어.여기 지형은 너무 신기한 느낌이 들어.바톡 화산 아래 위치한 건물은 힌두교 신전이다. 이 화산 주위에 사는 소수민족은 힌두교인이다. 이슬람 박해를 피해 이곳까지 들어온 사람들이니 믿음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사원 규모가 꽤 크다.말을 달리는 사람의 수도 매우 많았다.그들은 모두 말을 데리고 와서 여기에 매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법이 그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은근히 끼어들어 손님을 태우고 돈을 받는 얌전한 짓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분홍색 짚신을 타고 온 롱코트 할아버지는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런 차들은 화산 구경을 위해 영업허가를 받은 차들이다.아까부터 우리 앞뒤를 어슬렁거리던 놈은 이제 앞장서서 제법 길잡이 노릇을 충실히 해 나갔다.힌두교 사원을 지나다.이곳 사람들은 1년에 한두 번씩 화산이 폭발하지 않도록 화산신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군데군데 말이 서서 저 등허리를 타고 가줄 손님을 기다린다. 물론 돈을 내야 태워주지.끈질기게 밀고 당기는 말타기에 진 멤버들은 말을 타기로 했다. 하기야 지금 타보지 않으면 언제 말을 탈 기회가 생길까.물론 나는 타지 않고 걸어가지.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버린 산비탈을 걸어서 오르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돈을 아끼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거의 다 왔어 이제 말에서 내려서 걸어야 해. 내 앞을 걷던 개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화산에서 뿜어내는 유황 냄새가 싫어졌나? 2010.4.1. 앨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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